- 멀티골을 기록하며 라치오의 승리를 이끈 임모빌레

이변이 일어났다. 2017-18 시즌, 세리에 A의 시작을 알리는 수페르코파에서 라치오가 유벤투스를 3-2로 잡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라치오는 유벤투스를 상대로 약한 모습들을 보여왔다. 지난 10경기에서 1무 9패, 1득점 19실점이라는 참혹한 기록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더군다나 라치오의 '수장' 시모네 인자기 역시 지난 2016-17 시즌, 팀을 이끌며 상위권 클럽들에게 무릎을 꿇는 모습들을 자주 보여줬기 때문에 그들의 승리를 기대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인자기 감독은 '잘 준비 된 코스 요리'를 들고 왔고 라치오 팬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 했다. 물론 유벤투스도 쉽게 패배하지 않았다. 스코어가 벌어지며 리드를 내주게 되자, 전술에 빠른 변화를 줬으며 이를 통해 2-0이었던 스코어를 2-2까지 따라 잡았다. 자 그럼 두 감독의 치열 했던 두뇌 싸움 속으로 들어가보자.  

선발 라인업

유벤투스는 지난 시즌 겨울 무렵부터 메인 시스템으로 채용 해온 4-2-3-1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특히 새로운 영입생들은 벤치에 대기 시킨채, 기존의 멤버들로만 라인업을 꾸린 것이 눈에 띄었다. 전체적인 공격/수비 형태, 전략의 기조는 지난 시즌과 다를 게 없었다. 

우선적으로 알아볼 부분은 라치오의 수비 형태다. 라치오는 유벤투스가 후방 빌드업을 시행할 때 위와 같은 형태를 구축했다. 특히 3선 자원인 피야니치(MC)와 케디라(MC)를 자신들의 공격 라인과 미드필드 라인 사이에 가둠으로서 중앙 지역에서 패스 전개를 원활치 못하게 방해했다. 피야니치(MC) 혹은 케디라(MC)가 중앙 지역에서 볼을 건내 받더라도, 루카스(DMC)가 항시 수비 라인을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에 디발라(AMC)에게 패스를 이어주는 것이 쉽지 않았다.

유벤투스는 이전과 같이 바르잘리(DR)의 측면 지역 가담을 제어하고 쓰리백 형태로 공격을 구축하고자 했지만, 이는 되려 상대 좌측 윙백 룰리치(ML)의 수비 판단을 편안하게 만드는 과오를 범하게 됐다. 결국 바르잘리 풀백 전략을 통해 빌드업 상황에서 얻는 이점은 없다시피 했다. 결국 중앙 지역에서 볼을 건내 받는 것이 힘들었던 피야니치(MC)가 수비진까지 내려와 볼을 받는 형태로 빌드업이 운영 됐으나, 오히려 1-2선으로 이어질 '연결 고리'가 케디라(MC) 하나 밖에 남지 않음으로써 더욱 답답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는 유벤투스의 현 4-2-3-1의 최대 약점 가운데 하나며 숱한 수비형 미드필더들과 링크가 뜨는 이유기도 하다. 유벤투스가 1차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할만한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있고, 수비형 미드필더를 활용한 3-5-2 혹은 4-3-1-2와 같은 시스템으로 나올 수 있었다면 이번 라치오의 수비 형태에 이 정도로 고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후방 지역부터 수적 열세를 겪지 않은 채 단계를 밟아가며 확실히 앞선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라치오의 수비 방식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공격 후 높은 위치에서 볼을 탈취 당했을 때는 '매우 빠르게' 반응하여 수비로 전환 했다. 높은 지역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선보였으며 두 차례 큰 재미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전부터는 전방 압박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장면은 많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유벤투스의 후방 자원들이 순간적인 압박에 당황한 기색이 드러나는 등 효과를 톡톡히 봤다.

유벤투스가 그래도 내내 자신들의 진영에 갇혀서 얻어 맞기만 했을 리는 없다. 문제는 하프 라인 근처까지 볼을 몰고 와서, 본격적인 공격 작업에 들어갈 때도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는 것이다. 라치오는 자신들의 진영에서 최대한 밀도 있는 대형을 구축하는 데 애썼다. 간격을 좁게 유지하며 디발라(AMC)의 활동 영역을 최소화 시켰다. 혹여나 미드필더 라인이 상대에게 유인되어 끌려가더라도, 애초에 간격이 좁았기 때문에 쓰리백의 구성원 가운데 한명이 디발라(AMC)로 이어지는 볼을 빠르게 차단할 수 있었다.

라치오의 적극적인 2-3선 활용 

유벤투스는 본격적인 수비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4-4-2 형태를 구축하며 미드필드와 수비 라인을 최대한 압축 시키는 팀이다. 기본적으로 경기 감각이 풀핏인 상태가 아니라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번 경기에서는 지난 시즌 보여주던 콤팩트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이유는 유벤투스의 디발라(AMC)와 이과인(ST)이 수비 상황에서 라치오의 후방 자원을 적극적으로 체크하지는 않는 것과 연관이 있다. 견제를 받지 않는 루카스(DMC)와 좌우의 센터백은 빌드업 상황에 적극 개입했다. 결국 이에 대한 부담을 지는 것은 유벤투스의 3선이었다.  

특히 라치오의 밀린코비치-사비치(AMC)와 파롤로(MC)는 시시때때로 유벤투스의 2선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움직였는데, 유벤투스의 3선은 이들 역시 신경써야하기 때문에 앞선으로 적극 나서서 라치오의 3선의 볼 배급을 저지할 수 없었다.

그러면 되려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 '아니, 그러면 수비 라인을 앞으로 땡기면 문제가 되는 간격을 좁힐 수 있는 것 아닌가?' 라고 말이다. 위의 장면을 보자. 이 장면 같은 경우, 파롤로(MC)와 임모빌레(ST)가 순간적으로 투톱처럼 움직이며 유벤투스의 두 센터백을 뒤로 끌고가는 데 성공했다. 그로 인해 벌어진 포백의 틈 사이로 밀린코비치-사비치(AMC)가 침투하는 모습이다. 

이 장면 같은 경우 침투, 패스 타이밍이 조금씩 늦어 유벤투스의 베나티아(DC)한테 읽히긴 했으나 라치오가 이렇듯 유벤투스 수비수들의 틈 사이를 집요하게 노리기 때문에 유벤투스가 섣불리 수비 라인을 끌어 올려 간격을 좁히는 수를 꺼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